화폐창조 (Money Creation)
화폐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시스템 안에서 통화량이 늘어나는 두 갈래 경로
1. 두 갈래의 화폐창조
1.1 본원통화와 신용통화
"중앙은행이 돈을 찍는다"라는 일상적 표현은 사실의 절반만 담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돈 — 카드 결제, 이체, 급여 입금 — 의 압도적 다수는 상업은행의 예금이지 중앙은행 화폐가 아니다. 그리고 그 예금은 누가 만드는가? 상업은행 자신이 대출을 일으키는 순간 만든다.
- ①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발행: 국채·MBS·외환을 매입하면서, 그 대가로 자기 부채인 본원통화(현금+지준)를 발행한다. 자산 매입 = 화폐 발행.
- ② 상업은행의 신용창조: 대출을 실행하는 순간, 차주 계좌에 예금이 새로 기재된다. 어디서 빌려와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 장부에 적는 것이 곧 발행이다.
M2 통화량의 약 90% 이상이 ②에서 만들어진다. ①은 ②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결제수단(지급준비금)"을 공급할 뿐, M2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1.2 물리적 비유 — 외부 주입과 내부 증식
이 비유의 두 가지 함의가 화폐창조 논의 내내 작동한다.
- 씨앗이 없으면 증식도 없다 — 본원통화 없이 신용창조만 무한히 일어날 수는 없다. 지준 결제·현금 인출 요구가 어딘가에서 본원통화를 필요로 한다.
- 씨앗이 많아도 증식은 보장되지 않는다 — 토양이 척박하면(자본 규제, 차주 수요 부진) 본원통화가 늘어도 신용은 늘지 않는다. 2010년대 QE가 정확히 이 상황이었다.
이 두 명제가 양립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본원통화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전체 그림 — 두 화폐창조 채널의 동시 작동
두 채널을 좌우로 분리해서 그려본다. 왼쪽 = 중앙은행 채널(M0 발행), 오른쪽 = 상업은행 채널(M2 발행). 두 채널은 가운데의 상업은행에서 만나지만, 서로의 작동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각 화살표가 만드는 일
| 화살표 | 주체 | 거래 | 통화 효과 |
|---|---|---|---|
| (a) | 중앙은행 | 자산시장에서 국채·MBS 매입 | 중앙은행 자산 ↑ |
| (b) | 중앙은행 | 매입 대금으로 본원통화 지급 | M0 ↑ (중앙은행 부채 ↑) |
| (c) | 상업은행 | 차주 계좌에 대출금 입금 (장부 기재) | M2 ↑ (예금이 곧 통화) |
| (d) | 차주 | 대출채권(차용증)을 은행에 발행 | 은행 자산 ↑ (대차 균형) |
| (e) | 중앙은행 → 상업은행 | 지급준비금 공급 (왼쪽이 오른쪽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통로) | 지준 ↑ — M2는 직접 영향 없음 |
- M0를 결정하는 변수: (a)(b) — 오로지 중앙은행의 결정
- M2를 결정하는 변수: (c) — 상업은행의 대출 결정 + 차주의 차입 의지
- (e)의 역할: M0를 늘려 지준을 풀어주지만, 그게 (c)를 일으키지는 못한다. "끈을 밀 수 없다"는 격언의 회계적 근거.
2. 통화량의 정의 — M0·M1·M2
2.1 동심원으로 본 통화 집계
"통화량"이라는 단어는 단일한 양이 아니다. 안쪽으로 갈수록 결제수단으로의 즉시성이 높아지는, 동심원 형태로 정의된 여러 집계다.
2.2 항목별 정의
| 집계 | 구성 요소 | 발행 주체 | 결제 즉시성 |
|---|---|---|---|
| M0 (본원통화) | 시중 현금 통화 + 상업은행의 지급준비금 | 중앙은행 단독 | 최종 결제수단 |
| M1 (협의통화) | 시중 현금 + 요구불예금 +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 중앙은행 + 상업은행 | 즉시 인출·결제 가능 |
| M2 (광의통화) | M1 + 2년 미만 정기예적금 + MMF + CD + 양도성예금증서 + 금융채 + 수익증권 등 | 중앙은행 + 상업은행 + 일부 비은행 | 대부분 1~2영업일 내 인출 |
| Lf (금융기관유동성) | M2 + 2년 이상 장기예적금 + 보험계약준비금 등 | 위 + 보험사·연기금 | 중장기 |
| L (광의유동성) | Lf + 국채·회사채·CP·RP 등 자본시장 상품 | 위 + 정부·기업 | 자본시장 유동성 포함 |
2.3 한국·미국의 실제 규모
비율 감각을 잡기 위해 2024년 기준 대략적인 수치를 정리한다.
| 집계 | 한국 (조 원) | 미국 (조 달러) | M2 대비 비중 (한국) |
|---|---|---|---|
| M0 본원통화 | 약 280 | 약 5.4 | ~7% |
| M1 협의통화 | 약 1,200 | 약 18 | ~30% |
| M2 광의통화 | 약 4,000 | 약 21 | 100% (기준) |
한국 기준 M2의 93%가 본원통화가 아닌 다른 형태다 — 곧, 상업은행 신용창조로 만들어진 부분이다. 미국은 더 극단적으로 M0/M2 비율이 ~25%까지 올라간 적이 있는데, 그것은 QE로 본원통화가 5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M2도 늘었지만 그만큼은 아님 — 6장에서 설명).
3. 본원통화의 발행 — 중앙은행 채널
일상에서 우리가 "돈"으로 인식하고 쓰는 것은 거의 전부 상업은행 예금(M2)이다 — 카드 결제, 이체, 급여 입금 모두 예금 장부의 변동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쓰는 돈을 새로 만드는 행위"라는 의미에서 보면 그 일은 거의 상업은행 신용창조가 한다 (한국 M2의 약 93%가 그렇게 만들어진 부분).
그렇다면 왜 중앙은행 행위도 "화폐창조"라 부르는가? 두 가지 이유다.
- ① 본원통화도 분명히 통화량의 한 집계(M0)다. 중앙은행이 자산을 매입할 때 발행되는 본원통화는 회계적으로 새 화폐가 맞다. 다만 그 화폐는 두 곳에만 머문다 — 시중 현금($C$)과 상업은행의 지급준비금($R$). QE로 늘어나는 본원통화는 거의 전부 $R$이며, 일반인 손에 직접 오지 않는다.
- ② 본원통화 없이는 신용창조도 작동하지 않는다. 상업은행이 대출을 일으켜 예금을 만들 때, 그 예금이 다른 은행으로 결제되려면 지준이 필요하고, 현금으로 인출되려면 본원통화가 필요하다. 본원통화는 신용창조의 토양이지 그 자체로 일상 화폐는 아니다.
한 줄로: 중앙은행은 "씨앗"(본원통화)을 만들고, 상업은행은 그 씨앗이 자란 "줄기"(예금)를 만든다. 둘 다 화폐창조지만 — 우리가 보는 식물의 부피 대부분은 줄기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돈을 새로 만드는 일"은 거의 상업은행이 한다는 직관도 동시에 옳다.
3.1 자산 매입 = 통화 발행
본원통화 발행의 메커니즘은 중앙은행 페이지 3.4절에서 이미 정리했다. 여기서는 핵심만 요약한다.
중앙은행이 어떤 자산이든 새로 매입하면, 그 대가로 같은 액수의 본원통화가 발행된다.
3.2 발행된 본원통화는 어디로 가는가
발행된 본원통화 $H$는 두 곳에 머문다.
- 시중 현금 통화 ($C$): 가계·기업이 손에 든 지폐와 동전. 한국은 ATM·은행 창구를 거쳐 시중에 풀린다. 한국은행 발행 잔액의 약 절반.
- 지급준비금 ($R$): 상업은행이 중앙은행 계좌에 둔 잔액. 시중에 풀려나가지 않고 은행 간 결제·중앙은행 정책 운용에만 쓰인다.
QE가 본원통화를 늘릴 때, 그 증가분은 거의 전부 $R$(지준)으로 간다. $C$(시중 현금)는 인구·결제 습관이 결정하지 통화정책이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이 점이 다음 두 장의 핵심을 결정한다 — 지준만 늘어도 M2가 안 늘 수 있다.
4. 신용창조 — 상업은행 채널
4.1 "예금이 대출이 된다"는 오해
이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화정책 이해의 출발점이다. 만약 예금이 대출로 변환되는 것이라면,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늘리면 그 비율만큼 대출이 늘어야 한다(통화승수 이론). 그러나 실제로는 대출이 예금을 만드는 것이므로, 본원통화의 양이 대출을 결정하지 않는다 — 자본·수요·규제가 결정한다. 5장과 7장에서 다시 본다.
4.2 대출 한 건의 회계 — 양변 동시 확대
은행이 차주에게 1억 원을 대출하는 순간, 은행과 차주의 대차대조표는 다음과 같이 움직인다.
거래의 양변을 보면 명확하다. 은행은 자산(대출채권)이 새로 생기고 부채(예금)가 새로 생긴다. 차주는 자산(예금)과 부채(차입금)가 동시에 생긴다. 아무에게서도 1억을 빼오지 않았는데, 시스템 전체의 M2는 1억 늘었다. 이것이 신용창조다.
4.3 숫자 예제 — 대출·인출·결제
① 거래 직전 — 은행 A와 B의 대차대조표(단순화):
| 은행 A | 은행 B | ||
|---|---|---|---|
| 자산 | 부채 | 자산 | 부채 |
| 대출 100 지준 (Fed) 10 |
예금 110 | 대출 80 지준 (Fed) 8 |
예금 88 |
② 은행 A가 차주 X에게 1억 원 대출 실행:
| 은행 A | 은행 B | ||
|---|---|---|---|
| 자산 | 부채 | 자산 | 부채 |
| 대출 101 (+1) 지준 (Fed) 10 |
예금 111 (+1, X의 예금) | 대출 80 지준 (Fed) 8 |
예금 88 (불변) |
은행 A 양변이 +1로 확대. M2 통화량은 시스템 전체에서 1 늘어났다. 이 단계에서는 지준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새 예금은 그저 장부에 기재되었을 뿐이다.
③ 차주 X가 은행 B의 예금주 Y에게 1억 원 송금:
| 은행 A | 은행 B | ||
|---|---|---|---|
| 자산 | 부채 | 자산 | 부채 |
| 대출 101 지준 (Fed) 9 (−1) |
예금 110 (−1) | 대출 80 지준 (Fed) 9 (+1) |
예금 89 (+1) |
- 송금 결과 은행 A의 지준이 1 빠져 은행 B의 지준으로 옮겨갔다. 본원통화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
- 예금도 마찬가지 — 은행 A에서 1 빠지고 은행 B에 1 늘어 총량은 그대로(111이 새 균형). 단, 시스템 전체 M2는 ②에서 이미 +1이 된 상태.
- 지준은 대출 실행 자체에는 필요 없고, 다른 은행으로의 결제 시점에만 필요하다.
4.4 시스템 전체에서 본 신용창조
4.3 예제를 시스템 다이어그램으로 옮기면 중앙은행 페이지 1.3절의 시스템 도식의 ⑦⑧이 곧 신용창조 채널이다. 신용창조는 새 화살표가 아니라 이미 그려진 화살표의 매일의 작동이다.
5. 통화승수와 부분지급준비제도
5.1 고전적 통화승수 공식
전통적 거시 교과서가 가르치는 그림은 다음과 같다. 법정지급준비율 $r$, 현금보유비율 $c$일 때 통화승수 $m$:
$H$: 본원통화 · $r$: 지급준비율 · $c$: 현금/예금 비율
예를 들어 $r=0.07$, $c=0.05$라면 $m = 1.05/0.12 \approx 8.75$. 본원통화 100을 풀면 M2는 약 875가 되어야 한다.
- 중앙은행이 본원통화 100을 발행 → 은행이 지준으로 100을 받음.
- 은행은 $r=7\%$만 지준으로 남기고 93을 대출.
- 93이 다른 은행에 예금으로 들어가, 그 은행이 $0.93 \times 0.93 = 86.5$를 대출…
- 무한 등비급수: 총 예금 = $100 \times (1/0.07) \approx 1{,}429$.
이 그림은 직관적이고 우아하지만, 인과 방향이 거꾸로 가 있다.
5.2 인과관계 역전 — 현대 화폐이론
현대 영란은행·BIS·연준의 공식 입장은 통화승수 모델을 설명용 회계 항등식으로는 인정하지만, 인과적 메커니즘으로는 부정한다. 핵심은 두 가지.
- 대출이 예금을 만든다 — 그 반대가 아니다. 은행은 지준이 부족해서 대출을 못 하지 않는다. 대출이 결정되면 필요한 지준은 사후적으로 얻어진다 (은행 간 차입, 환매조건부 거래(RP), 할인창구, 또는 다른 은행에서 들어오는 결제).
- 지준의 가격(금리)이 결정되지, 양이 결정되지 않는다.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정하고, 그 금리에 맞는 만큼의 지준을 탄력적으로 공급한다. 양을 고정하면 금리가 폭주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표준은 가격 타게팅이다 (중앙은행 6.1).
고전 모델: 본원통화 → (승수) → M2 · 대출
현대 모델: 대출 수요 + 은행 자본·수익성 → 대출 (= M2 창조) → 사후적으로 필요한 지준은 중앙은행이 시장금리에 공급
이 차이가 6장의 QE 역설을 설명한다.
5.3 통화승수의 추락
미국 M2/M0 비율(즉 사후적으로 계산한 "승수")은 1990년대에는 약 8~10, 2000년대 초반에 약 9 근처였다. 2008년 QE 시작 이후 본원통화가 폭증하면서 이 비율이 약 3까지 추락했다. 2020년 코로나기 추가 QE 후에는 더 낮아졌다.
이 그림이 결정적이다. 승수가 안정된 상수라면 추락하지 않을 것이고, 추락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전 모델이 인과적으로 틀렸음을 보여준다. 본원통화는 늘었는데 M2가 따라 늘지 않은 것은, 그 사이를 잇는 "신용창조"라는 행위가 자율적이기 때문이다.
6. QE의 역설 — 본원통화 ↑↑, M2는 미동
6.1 2008·2020 데이터로 본 두 시기 비교
| 시기 | 본원통화(M0) 변화 | M2 변화 | 인플레이션 결과 |
|---|---|---|---|
| 2008~2014 (QE1·2·3) | 약 $0.9T → $4.0T (4.4배) | $8.2T → $11.7T (약 1.4배) | 거의 무반응 (CPI <2%) |
| 2020~2022 (COVID QE) | $4.0T → $6.4T (1.6배) | $15.4T → $21.7T (약 1.4배) |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CPI 9%+) |
- 2008: QE 자금이 은행 지준에 갇혀 시중 통화량(M2)을 크게 늘리지 못함.
- 2020: QE에 더해 재정정책(stimulus checks · 실업급여 보강 · PPP)이 가계·기업 계좌에 직접 입금. 이건 신용창조가 아니라 재정 화폐화에 가까운 메커니즘.
"끈을 밀 수 없다"(pushing on a string) — 중앙은행 혼자서는 신용 확장을 강제할 수 없지만, 정부가 직접 가계에 송금하면 M2가 즉시 늘어난다.
6.2 왜 끊겼나 — 4가지 누설 경로
중앙은행이 본원통화 100을 풀어도 M2가 800~900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그 100이 다음 네 곳 어딘가에서 "샌다".
| 누설 경로 | 설명 | 크기 (2010년대 미국) |
|---|---|---|
| ① 은행이 지준을 보유 | 대출하지 않고 IORB 이자만 받음. 지준이 수익원이 되니 풀어줄 유인 약함 | 가장 큰 누설 — 본원통화의 70~90%가 초과지준으로 잔존 |
| ② 차주 수요 부진 | 경기 침체기에는 빌리려는 가계·기업이 적음. 은행이 풀려도 받을 사람이 없음 | 2010~2014년 미국 대출 증가율 1~2%대 |
| ③ 자본 규제 (BIS·CCyB) | 대출이 늘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자본비율이 떨어짐. 자본을 더 못 채우면 대출 불가 | 2008년 이후 BIS 8% → 실질 13%+ |
| ④ 유동성 규제 (LCR · NSFR) | 은행이 30일 자금 유출에 대비해 고품질 유동자산(국채·지준)을 일정 비율 유지해야 함 | 대형 미국 은행 LCR ~120% 의무 |
특히 ①과 ③·④는 중앙은행이 만든 정책의 부산물이다 — IORB와 BIS 규제가 신용 확장의 자율적 제동 장치가 되었다. 이 점이 7장으로 이어진다.
7. 화폐창조의 진짜 한계
"은행이 무한히 돈을 찍을 수는 없다"는 직관은 맞다. 그러나 그 한계가 지급준비율이라는 통념은 틀렸다. 현대 은행 시스템에서 신용창조를 실제로 제약하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7.1 자본 규제 (BIS)
대출·국채·MBS 등 각 자산에 위험가중치(0%~150%)를 곱한 합이 RWA. 자기자본(보통 보통주자본 + 이익잉여금 등)이 그 8% 이상이어야 한다.
은행이 1억의 일반 기업대출(위험가중치 100%)을 일으키면 RWA가 1억 증가하고, 자기자본을 800만 원(8%)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자본 여유가 없으면 새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게 신용창조의 진짜 천장이다.
경기 상승기에 은행 이익이 누적되어 자기자본이 늘면 천장이 올라가고, 위기 시 자본 손실이 발생하면 천장이 내려간다. 본원통화가 풀려도 자본 천장이 막혀 있으면 신용은 늘지 않는다.
7.2 유동성 규제 (LCR · NSFR)
Basel III는 자본 외에 두 가지 유동성 비율을 의무화했다.
- LCR (Liquidity Coverage Ratio): 향후 30일 동안의 순 자금 유출에 대비해 고품질 유동자산(HQLA) 보유.
HQLA / 30일 유출 ≥ 100%. HQLA의 대표가 중앙은행 지준·국채. - NSFR (Net Stable Funding Ratio): 1년 이상 안정자금조달 비율.
안정자금원 / 안정자금필요 ≥ 100%. 단기차입에 의존한 무리한 대출 확대를 막는 장치.
7.3 차주 수요와 신용도
마지막으로, 은행이 대출할 자본·유동성을 갖추고 있어도 빌릴 사람이 없으면 신용창조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빌릴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신용도가 낮으면 은행이 거절한다.
- 경기 침체기: 가계·기업이 빚을 늘리기 두려워하며 오히려 갚으려 함 (deleveraging).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대표 사례.
- 고금리 환경: 대출금리가 오르면 차입 수요가 줄어든다 (2022~2024 미국 모기지 시장이 사실상 동결).
- 신용평가 강화: 위기 직후 은행이 대출 기준을 엄격히 함. 자본·유동성은 충분해도 대출이 안 늘어남.
이 세 요인은 정책 도구로 직접 조정하기 어렵다 — 그래서 중앙은행이 "끈을 밀 수 없다"고 한다.
7.4 정리 — "지준이 아니라 자본과 수요가 바인딩"
- 차주 수요 (수요 측 — 가장 자주 바인딩)
- 자본 규제 (공급 측 — 경기 호황·자산 가격 하락 시 결정적)
- 유동성 규제 · LCR · NSFR (공급 측 — 단기 자금 시장 스트레스 시)
- 차주 신용도 · 은행 리스크 선호 (양 측 모두)
- 지급준비율 (대부분 국가에서 사실상 0 또는 형식적)
8. 정리
이 페이지의 골격을 한 그림으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핵심 명제 다섯 가지
- 화폐는 두 곳에서 만들어진다. M0는 중앙은행이, M2의 대부분은 상업은행이.
- 대출이 예금을 만든다. 그 반대가 아니다. 예금이 모여서 대출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출 실행이 곧 예금 발행이다.
- 통화승수는 상수가 아니다. 2008년 이후 미국에서 8~9 → 3으로 추락한 사실 자체가 인과 모델이 틀렸다는 증거.
- QE가 본원통화를 늘려도 M2는 자동으로 늘지 않는다. 자본·유동성·수요 사슬의 어느 단계에서든 막히면 끊긴다.
- 신용창조의 진짜 한계는 자기자본·LCR·차주 수요다. 지준율이 아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페이지
- 상업은행의 내부 작동을 더 자세히 → 상업은행
- 중앙은행이 신용창조 환경을 조정하는 도구 → 중앙은행 정책수단
- 본원통화가 어떻게 발행되는지의 회계 → 중앙은행 · 대차대조표
- 금리 변화가 실물에 전달되는 경로 → 통화정책 전달경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