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 (Thermomechanics)
22장 열기관 · 엔트로피 · 열역학 제2법칙 — 열기관 · 열펌프/냉장고 · 가역/비가역 · 카르노 · 가솔린/디젤 · 엔트로피
22장 열기관 · 엔트로피 · 열역학 제2법칙 (Heat Engines, Entropy, and 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
20장에서 다룬 열역학 제1법칙은 본질적으로 에너지 보존 법칙이었습니다. 내부에너지 변화 $\Delta U = Q + W$ 라는 식은 열($Q$)과 일($W$)을 에너지라는 같은 화폐 단위로 취급하여, 둘 중 어느 쪽으로 에너지가 드나들든 그 합만 맞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제1법칙은 열과 일이 가져오는 결과의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을 들여다보면 열과 일 사이에는 분명한 비대칭이 존재하며, 이 차이는 제1법칙의 식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바로 이 비대칭을 다루는 것이 이번 22장의 주제인 열역학 제2법칙(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입니다.
일을 열로 바꾸는 것(일 → 열)은 너무나 쉽게, 그것도 100% 일어납니다.
- 손바닥을 비비면, 손이 한 역학적 일이 남김없이 마찰열로 흩어져 손이 따뜻해집니다.
- 달리던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의 운동에너지가 100% 마찰열로 바뀌어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를 달굽니다.
그런데 그 반대 방향(열 → 일)으로 — 순환 과정으로 작동하며 다른 변화를 남기지 않고 — 100% 변환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엔진은 휘발유를 태워 얻은 연소열 가운데 대략 4분의 1 정도만 바퀴를 굴리는 일로 바꾸고, 나머지 대부분은 뜨거운 배기가스와 냉각수를 통해 그대로 버려집니다(이것이 버려지는 열입니다). 엔진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받은 열 전부 = 한 일" 이 되도록(즉 효율 100%)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단발성 과정 — 이를테면 기체의 등온 팽창 — 에서는 흡수한 열이 전부 일로 갈 수 있지만, 그땐 기체 부피가 커지는 다른 변화가 남습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려고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순간 그 이점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순환이 관건입니다.)
이 점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 주는 예가 바닥에 떨어진 공입니다. 공이 떨어지며 가졌던 운동에너지(역학적 일)는 바닥·공기와의 충돌을 거쳐 100% 열로 흩어지고 공은 결국 멈춥니다. 그러나 멈춰 있는 공 주변의 그 열이 저절로 다시 모여 공을 튀어 오르게 하는(열 → 일) 역과정은 자연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에너지 보존(제1법칙)만 보면 그런 역과정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위 비대칭의 직접적인 결과로, 열을 일로 바꾸는 장치는 받은 열을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열기관이란 어떤 작업물질(working substance)을 순환 과정(cyclic process)으로 작동시키면서, 고온의 열원에서 열을 흡수해 그 일부를 역학적 일로 바꾸어 내보내고, 나머지는 저온의 열저장고로 방출하는 장치입니다. 자동차 엔진·증기 터빈·발전소가 모두 열기관입니다.
제1법칙이 끝내 밝히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과정의 방향성(directionality)입니다. 제1법칙은 "에너지의 총량이 보존되는가?"만 따질 뿐, 어떤 과정은 저절로 일어나고 어떤 과정은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지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 방향성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다음 세 가지는 모두 에너지 보존(제1법칙)은 완벽히 지키지만, 자연에서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즉 역과정이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 열은 항상 더운 쪽 → 차가운 쪽으로만 흐른다. 온도가 다른 두 물체를 접촉시키면 열은 언제나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흐를 뿐, 차가운 물체에서 뜨거운 물체로 저절로 흐르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 떨어진 고무공은 여러 번 튀다 결국 멈춘다. 바닥에 떨어진 공은 점점 낮게 튀다 정지합니다. 반대로 정지한 공이 바닥의 내부에너지를 모아 저절로 튀어 오르는 일은 없습니다.
- 흔들리던 진자는 결국 멈춘다. 진동하는 진자는 공기 저항과 매단 곳의 마찰로 진폭이 줄어들어 결국 멈춥니다. 역학적 에너지가 공기·진자·지지점의 내부에너지로 바뀐 것인데, 그 내부에너지가 다시 모여 진자를 저절로 흔들기 시작하는 역과정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들은 모두 비가역적(irreversible)이며 자연에서 한 방향으로만 진행됩니다. 이 방향성을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가 곧 제2법칙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역과정이 미시적 운동 법칙으로 절대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한 과정도 원리적으로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예컨대 흩어진 열이 우연히 한쪽으로 다시 모이는 일). 다만 그런 일이 저절로 일어날 확률이 무한히 작아 자연에서 결코 관찰되지 않을 뿐이며, 이렇게 사실상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과정을 비가역 과정(irreversible process)이라 부릅니다. (제2법칙은 이처럼 본질적으로 확률·통계적인 법칙이며, 그 정량적 척도가 22.6에서 다룰 엔트로피입니다.)
제2법칙의 여러 결론 가운데 공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열기관의 효율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고온 열원에서 열을 받아 그와 똑같은 양의 일을 하고 다른 변화는 남기지 않는 순환 열기관은 원리적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받은 열의 일부는 반드시 저온 쪽으로 버려져야만 합니다.
이번 22장에서는 이 한계를 정량적으로 따져 갑니다. 먼저 열기관과 열효율(22.1)을 정의하고, 같은 원리를 거꾸로 쓰는 냉장고·열펌프(22.2)를 본 뒤, 가역·비가역 과정(22.3)을 구분하고, 이상적 한계를 주는 카르노 기관(22.4)과 실제 엔진인 가솔린·디젤 기관(22.5)을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방향성을 정량화하는 상태함수인 엔트로피(22.6~22.7)를 도입해 제2법칙을 $\Delta S_{\text{우주}} \ge 0$ 의 형태로 정리합니다. (구체적 효율식과 카르노 효율 $e_C = 1 - T_c/T_h$ 은 해당 절에서 다룹니다.)
※ 본 장의 본문은 단계적으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현재는 도입부와 절 구조(스켈레톤)만 작성되어 있습니다.
22.1 열기관과 열역학 제2법칙
열기관이란 열 에너지를 받아 순환 과정(cyclic process)으로 작동하면서, 그 에너지의 일부를 일(work)의 형태로 외부에 내보내는 장치입니다. "받은 열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일이 된다는 점, 그리고 같은 동작을 거듭하기 위해 순환한다는 점이 열기관을 규정하는 두 가지 핵심입니다.
② 우리 주변의 두 가지 대표적인 열기관을 통해 그 작동 방식을 살펴봅시다.
- 발전소 — 석탄·석유·천연가스 같은 연료를 태워 그 열로 물을 끓여 고온·고압의 수증기를 만듭니다. 이 수증기가 터빈(turbine)을 돌리고, 터빈의 회전 역학적 에너지가 발전기(generator)를 돌려 마침내 전기를 생산합니다.
- 자동차 엔진 — 휘발유(연료)를 실린더 안에서 태워 그 연소열로 피스톤(piston)이 일을 하게 만들고, 이 피스톤의 왕복 운동이 바퀴를 굴려 자동차를 움직입니다.
③ 모든 열기관에는 열을 받아 일로 옮겨 주는 작동 물질(working substance)이 있습니다. 작동 물질은 다음 세 단계를 반복(순환)합니다.
- 고온 열원에서 열을 흡수한다.
- 흡수한 에너지로 기관이 일을 한다(팽창).
- 남은 열을 저온 열원으로 방출하고 처음 상태로 되돌아온다.
예컨대 증기기관에서는 보일러 속의 물이 연료의 열을 흡수해 고온의 증기가 되고, 그 증기가 피스톤을 밀어 일을 합니다. 일을 마친 증기는 식어 물로 응축되고, 그 물이 다시 보일러로 돌아가 같은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 닫힌 순환 루프입니다.
작동 물질이 순환하므로 처음과 나중의 내부에너지가 같아 $\Delta U_{\text{cycle}} = 0$ 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급된 열의 일부가 일이 아니라 작동 물질의 내부에너지를 올리는 데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답: 내부에너지 $U$ 는 상태함수(state function)입니다. 즉 $U$ 의 값은 작동 물질이 지나온 경로가 아니라 오직 현재 상태에만 의존합니다. 한 번의 완전한 순환을 돌고 나면 작동 물질은 처음과 똑같은 상태(같은 $P,\,V,\,T$)로 돌아오므로, 내부에너지도 정확히 처음 값으로 돌아옵니다. 따라서
한편 의문 속의 직관도 옳습니다. 순환 도중(예: 가열 구간)에는 흡수한 열의 일부가 실제로 $U$ 를 끌어올립니다. 그러나 그렇게 늘어난 내부에너지는 순환의 다른 구간(팽창·냉각)에서 고스란히 되돌려져, 한 바퀴를 마칠 때 알짜 변화가 정확히 $0$ 이 됩니다.
만약 열의 일부가 $U$ 로 영구히 쌓인다면, 작동 물질은 처음 상태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같은 순환을 다시 반복할 수 없게 됩니다. 즉 "순환"이라는 조건 자체가 $\Delta U_{\text{cycle}} = 0$ 을 강제합니다. 그래서 한 순환에서 흡수한 알짜 열은 빠짐없이 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⑤ 이제 한 순환 동안의 에너지 수지(energy balance)를 따져 봅시다. 열기관은 고온 열원($T_h$)에서 열 $|Q_h|$ 를 흡수하여 $W_{\text{eng}}$ 의 일을 외부에 하고, 나머지 열 $|Q_c|$ 를 저온 열원($T_c$)으로 방출합니다. 이 페이지의 부호 규약은 제1법칙을 $\Delta U = Q + W$ ($W$ = 계에 해진 일)로 쓰므로, 엔진이 외부에 한 일은 $W_{\text{eng}} = -W$ 입니다. 한 순환 동안 작동 물질에 가해진 알짜 열은 $Q_{\text{net}} = |Q_h| - |Q_c|$ 이고, $\Delta U_{\text{cycle}} = 0$ 이므로
즉 엔진이 한 알짜일은 작동 물질에 전달된 알짜 에너지 $Q_{\text{net}}$ 과 정확히 같습니다. 흡수한 열 $|Q_h|$ 가 전부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저온 쪽으로 버려지는 $|Q_c|$ 를 뺀 만큼만 일이 됩니다.
※ [그림 C]에서 위쪽 흡수열 화살표(|Qh|)가 아래쪽 방출열 화살표(|Qc|)보다 굵은 것은, 흡수한 열의 일부($W_{\text{eng}} = |Q_h| - |Q_c|$)가 옆으로 빠져나가 일이 되었음을 폭의 차이로 나타낸 것입니다.
⑥ ⑤의 결과를 바탕으로 열기관의 성능을 나타내는 열효율(thermal efficiency) $e$ 를 정의합니다. 열효율은 흡수한 열 가운데 얼마만큼이 일로 바뀌었는가의 비율입니다.
효율이 $e = 1$(즉 $100\%$)이 되려면 저온 쪽으로 버려지는 열이 $|Q_c| = 0$ 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를 단언하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의 한 표현인 켈빈–플랑크(Kelvin–Planck) 표현입니다.
어떤 열원에서 열을 받아 그것을 전부 일로 바꾸고 다른 변화를 전혀 남기지 않는 순환 열기관은 만들 수 없다.
즉 $|Q_c| = 0$ 이고 $e = 100\%$ 인 순환 열기관은 존재할 수 없으며, 저온 열원으로의 열 방출 $|Q_c| > 0$ 은 불가피합니다.
이를 일의 관점에서 다시 말하면, 엔진이 한 일이 흡수한 열과 같아지는 것 — $W_{\text{eng}} = |Q_h|$ — 은 결코 성립할 수 없습니다. 항상 $|Q_c| > 0$ 이므로, 어떤 순환 열기관이든 $W_{\text{eng}} = |Q_h| - |Q_c| < |Q_h|$, 즉 $W_{\text{eng}} \neq |Q_h|$ 입니다.
이로써 22장 서두에서 예고한 "열기관의 효율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비대칭이 $e = 1 - |Q_c|/|Q_h| < 1$ 의 형태로 정량화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효율의 구체적인 상한값은 얼마일까요? 이는 이상적 가역 기관인 카르노(Carnot) 기관을 다루는 22.4절에서 밝혀집니다.
22.2 열펌프와 냉장고
① 22.1의 열기관에서 에너지 전달은 고온 열원 → 저온 열원이라는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일어났습니다. 고온에서 받은 열 $|Q_h|$ 의 일부를 유용한 일 $W_{\text{eng}}$ 로 바꾸고, 나머지 $|Q_c|$ 를 저온으로 흘려보냈지요. 열은 본래 가만히 두면 더운 쪽에서 찬 쪽으로 흐르므로, 이 과정은 자연이 알아서 진행해 주는 방향입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 방향 — 저온 열원에서 열을 퍼내 고온 열원으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은 자연스러운 방향이 아니므로 저절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강제로 일어나게 하려면 외부에서 계에 일 $W$ 를 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외부 일을 받아 열을 저온 → 고온으로 퍼 올리는 장치가 열펌프(heat pump) 또는 냉장고(refrigerator)입니다.
② 가장 친숙한 예가 에어컨입니다. 여름철 에어컨은 집 안의 시원한 방에서 열을 빼내 집 밖의 더운 곳으로 내버립니다. 즉 찬 곳 → 더운 곳으로, 열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정반대 방향으로 에너지를 옮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어컨은 반드시 전기로 압축기를 돌려 일 $W$ 를 공급해야 작동합니다 — 전원을 끊으면 방은 도로 더워집니다.
③ 이 장치의 에너지 흐름은 22.1 [그림 C]를 위아래로 뒤집은 모습입니다. 아래쪽 저온 열원에서 열 $|Q_c|$ 가 위로 올라와 펌프로 들어오고, 옆에서 외부 일 $W$ 가 펌프로 들어오며, 펌프에서 열 $|Q_h|$ 가 위로 올라가 고온 열원으로 빠져나갑니다.
저온에서 퍼 올린 열 $|Q_c|$ 와 외부에서 공급한 일 $W$ 가 합쳐져 고온으로 방출되므로, 에너지 보존(제1법칙)에 의해 고온으로 나가는 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그림 A]에서 위쪽 방출열 화살표(|Qh|)가 아래쪽 흡수열 화살표(|Qc|)보다 굵은 것은, 외부 일 $W$ 가 더해진 만큼($|Q_h| = |Q_c| + W$) 고온으로 나가는 열이 더 크다는 것을 폭의 차이로 나타낸 것입니다. (열기관 [그림 C]와는 정반대로, 여기서는 화살표가 모두 위로 향하고 일 $W$ 도 안으로 들어옵니다.)
외부에서 일을 공급하지 않고 작동하면서, 단지 저온 물체에서 고온 물체로 열을 옮기기만 하고 다른 변화를 전혀 남기지 않는 순환 장치는 만들 수 없다.
쉽게 말해 열은 차가운 물체에서 더운 물체로 저절로(자발적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방향의 열 이동을 일으키려면 반드시 외부 일 $W > 0$ 이 필요하며, 그 일을 해 주는 것이 바로 열펌프·냉장고입니다.
이 클라우지우스 표현은 22.1의 켈빈–플랑크 표현과 논리적으로 완전히 동등(equivalent)합니다. 하나가 깨지면 다른 하나도 반드시 깨지므로, 두 표현은 같은 열역학 제2법칙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인 셈입니다.
⑤ 실제 에어컨·열펌프는 두 개의 금속 코일(실내 코일·실외 코일) 사이로 작동 물질(냉매)을 순환시키며 열을 나릅니다. 한쪽 코일은 주변에서 열을 흡수(absorb)하고, 다른 쪽 코일은 주변으로 열을 방출(release)합니다. 같은 장치라도 어느 코일이 흡수·방출을 맡느냐에 따라 냉방이 되기도, 난방이 되기도 합니다.
[그림 B] 냉방(cooling) 모드 — 시원하게 만들 방이 차가운 곳(냉방 대상)이고 바깥은 더운 곳입니다. 실내 코일이 차가운 방에서 열 $|Q_c|$ 를 흡수하고, 외부 일 $W$ 를 받아, 실외 코일이 더운 바깥으로 열 $|Q_h|$ 를 방출합니다. 그 결과 방의 열이 바깥으로 퍼내어져 방이 시원해집니다.
[그림 C] 난방(heating) 모드 — 따뜻하게 만들 방이 더운 곳(난방 대상)이고 바깥은 차가운 곳입니다. 이번에는 실외 코일이 차가운 바깥에서 열 $|Q_c|$ 를 흡수하고, 외부 일 $W$ 를 받아, 실내 코일이 더운 방으로 열 $|Q_h|$ 를 방출합니다. 그 결과 바깥의 열이 방 안으로 끌어들여져 방이 따뜻해집니다.
- 냉매(refrigerant) · 냉매 순환 — 냉매는 두 코일 사이의 닫힌 관을 따라 도는 작동 물질(쉽게 끓고 응축하는 특수한 유체)입니다. 한 코일에서 열을 흡수(증발)하고 다른 코일에서 열을 방출(응축)하며 열을 실어 나릅니다. 그림의 갈색 화살표(↻)가 바로 냉매가 도는 길 — 22.1 보일러 예에서 "물 ↔ 증기"가 순환하던 역할을, 여기서는 냉매가 합니다.
- 압축기(compressor) · 일 W — 압축기는 전기 모터로 돌아가는 펌프입니다(그림 가운데의 작은 원). 냉매에 일 W를 가해(압축해) 순환을 일으키고, 그 덕분에 열이 자연 반대 방향(저온 → 고온)으로 옮겨집니다. $W$는 냉매를 강제로 돌리는 데 쓰는 전기 에너지입니다.
한마디로 — 냉매 순환은 "열을 실어 나르는 흐름", 일 $W$는 "그 흐름을 강제로 돌리는 전기"입니다. $W$ 가 없으면 이 방향(저온 → 고온)의 순환은 일어나지 않습니다(클라우지우스 표현). 앞 [그림 A]의 펌프로 들어오던 $W$ 가, 실제 장치에서는 바로 이 압축기가 하는 일입니다.
- 일 $W$ 의 방향은 두 모드에서 똑같다 — 항상 압축기 안으로(↑ 초록 화살표) 들어온다. 압축기는 늘 전기를 소모해 냉매를 압축할 뿐이다.
- 다른 것은 냉매가 도는 방향이다 — 냉방은 시계 방향(↻), 난방은 반시계 방향(↺). 사방향 밸브(four-way valve)가 이 흐름을 뒤집어, 어느 코일이 흡수(증발)하고 어느 코일이 방출(응축)할지를 바꾼다.
- 그래서 같은 일 $W$ 로, 순환 방향만 뒤집어 여름엔 방의 열을 밖으로(냉방), 겨울엔 밖의 열을 방으로(난방) 옮길 수 있다.
[그림 B]와 [그림 C]는 흡수·방출을 맡는 코일이 서로 뒤바뀐 것일 뿐 본질적으로 같은 장치입니다. 실제 가정용 에어컨/열펌프는 사방향 밸브(four-way valve)로 냉매의 흐름 방향을 전환해, 여름에는 냉방으로(실내에서 흡수·실외로 방출), 겨울에는 난방으로(실외에서 흡수·실내로 방출) 한 기계가 양쪽을 모두 해냅니다.
⑥ 열펌프·냉장고의 성능은 성능계수 COP(coefficient of performance)로 나타냅니다. COP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그 대가로 투입한 일 $W$"로 나눈 값입니다. 다만 무엇을 원하느냐 — 차게 만들기냐, 따뜻하게 만들기냐 — 에 따라 정의가 둘로 갈립니다. (효율 기호는 22.1에서 열효율을 $e$ 로 썼으므로, 혼동을 막기 위해 여기서는 그대로 'COP'로 적습니다.)
냉방(냉장고) 모드 — 원하는 것은 저온에서 빼낸 열 $|Q_c|$:
$$\text{COP}_{\text{냉방}} \;=\; \frac{|Q_c|}{W}$$난방(열펌프) 모드 — 원하는 것은 고온으로 보낸 열 $|Q_h|$:
$$\text{COP}_{\text{난방}} \;=\; \frac{|Q_h|}{W}$$③에서 얻은 에너지 보존 $|Q_h| = |Q_c| + W$ 를 난방 COP에 넣으면, 두 성능계수 사이의 간단한 관계가 나옵니다.
COP는 열효율 $e$ 와 달리 1보다 큰 값을 갖는 것이 보통입니다(좋은 열펌프는 3~4에 이릅니다). $\text{COP}_{\text{난방}} = |Q_h|/W > 1$ 이라는 말은, 투입한 일 $W$ 보다 더 많은 열 $|Q_h|$ 가 방으로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그 차이만큼은 바깥의 공짜 열 $|Q_c|$ 를 퍼 온 것이지요.
전기난로처럼 전기 $W$ 를 곧장 열로 바꾸면 방에 들어오는 열은 정확히 $W$ 뿐($\text{COP}=1$)입니다. 반면 열펌프는 같은 전기로 그 몇 배의 열을 들이므로, 전열기로 직접 데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보통 $|Q_h| > W$ 이므로 COP는 대개 1보다 크고, 값이 클수록 효율이 좋습니다. 그런데 난방용 열펌프의 COP는 바깥(저온 열원)의 온도에 민감합니다.
- 바깥 온도가 약 −4 °C 이상이면 전형적인 COP는 4 정도입니다. 즉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열 에너지가 열펌프 모터가 소모한 전기 에너지의 4배 이상이 됩니다.
- 그러나 바깥 온도가 −9 °C 이하로 내려가면 COP가 1보다 작아지기도 하여,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바깥이 차가워질수록 퍼 올려야 할 온도 차(따뜻한 실내 − 차가운 바깥)가 커져 같은 열을 옮기는 데 더 많은 일 $W$ 가 들기 때문입니다. 이 온도 차가 COP의 상한을 어떻게 정하는지는 카르노 기관(22.4)에서 정량적으로 밝혀집니다.
22.3 가역 및 비가역 과정
① 22장 첫머리에서 보았듯이, 자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과정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만 진행됩니다 — 열은 더운 쪽에서 찬 쪽으로 흐르고, 튀던 공은 점점 낮게 튀다 멈추며, 흔들리던 진자는 차차 잦아듭니다. 그 역방향(찬 쪽이 더 차가워지며 더운 쪽을 데우거나, 멈춘 공이 저절로 다시 튀어 오르는 일)은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방향성을 정확히 다루기 위해, 먼저 과정을 가역(reversible)과 비가역(irreversible)으로 나눕니다.
과정을 거꾸로 되돌렸을 때 계(system)와 주위(surroundings)가 모두 정확히 처음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
그러려면 계가 진행 내내 평형에 무한히 가깝게(준정적, quasi-static) — 즉 무한히 느리게 — 변해야 하고, 마찰·난류·유한한 온도 차에 의한 열전달처럼 에너지를 흩어버리는(dissipation) 요인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실제 과정은 늘 어느 정도의 마찰과 유한한 온도 차를 동반하므로, 엄밀한 의미의 가역 과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극한(idealization)입니다. 다만 과정을 충분히 느리고 매끄럽게 진행하면 가역에 가깝게 다가갈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마찰 없는 피스톤을 모래알을 한 알씩 올리듯 한없이 천천히 압축하면, 매 순간 기체가 거의 평형 상태를 유지하므로 준정적·가역에 근접합니다.
"상태가 변했다가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면 가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되돌아올 수 있느냐(복귀)는 끝점(처음·나중) 이야기이고, 가역이냐는 그 사이 경로(중간 과정)가 어떻게 진행됐느냐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처음·나중이 완전히 똑같은데도 한쪽은 가역, 다른 쪽은 비가역일 수 있습니다 — 기체를 $(V,\,T) \to (2V,\,T)$ 로 보내는 두 길: 자유 팽창(막 터뜨림 → 비가역)과 준정적 등온 팽창(피스톤을 한없이 천천히 → 가역). 끝점이 같아도 경로가 다르면 가역성이 갈립니다.
그렇다면 가역의 핵심 조건인 "준정적 = 경로가 전부 평형 상태" 란 무슨 뜻일까요? 기체가 평형 상태라는 건, 어느 위치에서나 압력·온도·밀도가 똑같고(고르게 안정)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기체 전체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P$, $T$ 를 말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과정이 "변하는데도 매 순간 평형"일 수 있는 비결은 무한히 느리게 진행하는 것입니다 — 살짝 바꾸고 기체가 다시 고르게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기를 무한히 잘게 반복하면, 변하는 내내 기체가 늘 (거의) 평형에 머뭅니다.
"어디나 같은 $P$·$T$"는 한 순간에 기체 속 모든 위치의 압력·온도가 같다(공간적으로 균일)는 뜻이지, 시간이 지나도 안 변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압축이 진행되면(시간이 흐르면) 부피 $V$ 가 줄고 그 균일한 압력 $P$ 는 점점 커집니다. 바로 이 시간에 따른 변화를 그린 것이 아래 PV 도표예요 — 그래서 $P$ 가 변하는 게 맞습니다. (매 순간의 '하나로 정해진 $P$'를 $V$ 에 대해 점으로 찍어 이은 선.) 참고로 아래 곡선은 $PV=$일정인 등온 예라 $T$ 는 일정·$P$ 만 상승하며, 단열 압축이면 $T$ 도 함께 오릅니다.
이 차이는 PV 다이어그램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납니다. 평형 상태라야 $P$·$V$ 가 하나로 정해져 그래프에 점으로 찍힙니다. 준정적 과정은 매 순간이 평형이라 그 점들이 이어져 매끄러운 선(=그릴 수 있는 경로)이 되고, 거꾸로도 그 선을 그대로 되밟을 수 있어 가역입니다. 반면 빠른 압축·자유 팽창은 도중에 $P$ 가 하나로 정의되지 않아 점도 선도 그릴 수 없습니다.
주위에 어떤 알짜 변화(net change)도 남기지 않고는 되돌릴 수 없는 과정. 자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은 비가역적이며, 한 방향으로만 진행됩니다.
앞서 든 세 예 — 더운→찬 열 흐름, 멈추는 공, 잦아드는 진자 — 가 모두 비가역 과정입니다. 이들은 역학적·열적 에너지를 마찰열이나 온도 차를 통해 흩어버리며, 흩어진 에너지를 한데 모아 처음 상태를 완벽히 복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역의 판정 기준은 “계가 되돌아오느냐”가 아니라 “계 + 주위가 모두 되돌아오느냐”입니다.
계만 원래 상태로 복구되더라도, 그 복구를 위해 주위에 흔적(소비된 일·버려진 열)이 남았다면 그 전체 과정은 비가역입니다. 계 하나만 보아서는 가역/비가역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대표 예 — 단열 자유 팽창(adiabatic free expansion)
④ 비가역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예가 단열 자유 팽창입니다 (20장 줄(Joule)의 자유 팽창과 같은 과정). 단열된(열 출입이 없는, $Q=0$) 용기가 칸막이로 둘로 나뉘어, 한쪽에는 기체가 들어 있고 다른 쪽은 진공입니다. 칸막이를 갑자기 터뜨리면 기체는 진공 쪽으로 저절로(자발적으로) 팽창해 용기 전체를 채웁니다.
단열 자유 팽창: Q = 0, W = 0, ΔU = 0, 온도 T 일정 (이상기체). 정방향(a)은 자발적이지만, 역방향(b)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 비가역.
팽창하는 기체는 막아 주는 벽(피스톤)이 없는 진공을 향해 퍼지므로 일을 하지 않습니다 ($W=0$). 용기가 단열되어 있으니 열도 드나들지 않습니다 ($Q=0$). 따라서 제1법칙에 의해
이상기체에서는 내부에너지 $U$ 가 온도만의 함수이므로, $\Delta U = 0$ 은 곧 온도가 변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T_i = T_f$). 즉 자유 팽창은 부피만 늘 뿐, $Q$·$W$·$\Delta U$ 가 모두 0이고 온도도 그대로인 독특한 과정입니다.
단열 팽창이라고 하면 흔히 온도가 내려간다(냉각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 단, 그것은 기체가 피스톤 같은 무언가를 밀어내며 일을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경우 기체가 외부에 일을 하므로 ($W_{\text{기체}}>0$) 내부에너지가 줄고($\Delta U<0$) 온도가 내려갑니다.
그러나 단열 자유 팽창은 막이 터지며 기체가 진공을 향해 퍼지는 것이라, 앞에 밀어낼 외부 압력(저항)이 아예 없습니다. 밀어낼 대상이 없으니 기체는 일을 하지 않고($W=0$), 단열이라 열도 드나들지 않으므로($Q=0$) 내부에너지가 그대로($\Delta U=0$)입니다. 따라서 이상기체라면 온도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 즉 냉각되지 않습니다.
핵심: 막이 터지며 팽창은 하지만, 맞설 외부 압력이 없어 일을 하지 않기에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기체 자신의 압력은 부피가 늘며 낮아지지만 $P=nRT/V$, 일은 "외부 압력에 맞서 밀어낸 양"이라 외부 압력이 0이면 일도 0이다.) 보통의 단열 팽창은 냉각, 자유 팽창은 냉각 없음 — 이 차이를 가르는 것이 바로 일을 하느냐입니다.
⑤ 그런데 이 팽창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일어납니다. 용기 전체로 흩어진 기체가 저절로 다시 한쪽 칸으로 모여 반대편을 진공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막이 터진 뒤, 이 과정을 억지로라도 되돌릴(복구할) 수 있을까요? 단계별로 따져 봅시다.
- 압축 — 피스톤이 일 $W$ 투입: 막을 벗어나 퍼진 기체 분자들을 원래 칸으로 밀어 넣으려면, 저절로는 안 모이므로 외부에서 피스톤이 기체에 일을 해 주어야 합니다.
- 단열 압축 → 온도 상승: 용기가 단열되어 있으니 이 압축은 단열 압축입니다. 투입한 일이 전부 내부에너지로 들어가 ($\Delta U = W > 0$) 기체의 온도가 처음보다 올라갑니다 ($T' > T$). 부피는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온도가 높아 아직 처음 상태가 아닙니다.
- 열 방출 → 비로소 기체 복구: 이 초과한 열 $|Q|$ 를 주위로 빼내 온도를 $T$ 로 낮추면, 기체(계)는 마침내 처음의 부피·온도로 돌아옵니다.
여기까지면 복구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주위를 보세요 — 주위는 일 $W$ 를 소비했고 열 $|Q|$ 를 받았습니다. 기체는 한 바퀴 돌아 $\Delta U = 0$ 이므로 에너지 보존에 의해 $|Q| = W$, 곧 주위는 일 $W$ 를 고스란히 열 $W$ 로 바꾼 셈입니다.
기체(계)는 처음 상태로 정확히 돌아왔지만, 주위에는 "소비된 일 → 버려진 열"이라는 영구적 흔적이 남았습니다. 이 흔적까지 지우려면 그 열 $W$ 를 다시 100% 일로 되돌려야 하는데, 그것은 켈빈–플랑크 표현(§22.1)이 금지하는 일 — 즉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 열을 외부로 뺀다 해도 그만큼 주위가 영향을 받으므로 가역이라 볼 수 없습니다.
결국 계와 주위를 동시에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도 단열 자유 팽창은 비가역 과정입니다. (이 "되돌릴 수 없음"의 정도를 정량화한 것이 §22.6의 엔트로피이며, 자유 팽창에서는 $\Delta S_{\text{우주}} > 0$ 입니다.)
가역 과정은 정의상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된 평형 상태들을 밟고 지나가야 합니다(준정적). 그런데 막이 터지는 순간 기체는 진공으로 격렬하게 쏟아져, 압력이 균일하지 않고(기체 쪽은 높고 진공 쪽은 0) 밀도·온도가 자리마다 다르며 소용돌이가 입니다. 이때는 기체 전체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P$, $T$ 가 없어 $PV$ 다이어그램에 선으로 그릴 수조차 없습니다.
즉 자유 팽창의 처음(갇힌 기체)과 나중(가득 찬 기체)은 평형 상태이지만, 그 사이 경로는 비평형입니다. 가역이려면 그 사이를 모두 평형 상태로 지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므로 — "평형 상태를 참조하는 가역의 정의(준정적 요건)"에 비추어도 자유 팽창은 비가역입니다. (앞의 "계는 복구되나 주위는 불가" 논증과 다른 각도지만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 구분 | 가역 과정 (이상적 극한) | 비가역 과정 (실제 자연) |
|---|---|---|
| 진행 방식 | 준정적 — 무한히 느림, 매 순간 평형 | 유한한 속도 — 빠름, 평형에서 벗어남 |
| 흩어짐(dissipation) | 없음 (마찰·난류·유한 온도차 0) | 있음 (마찰·난류·유한 온도차 열전달) |
| 되돌릴 때 | 계+주위 모두 정확히 복원 | 주위에 알짜 흔적을 남김 (완전 복원 불가) |
| 방향성 | 양방향 모두 가능 | 한 방향으로만 자발적 진행 |
| 실현성 | 현실에 없는 이상화 (근사만 가능) | 자연의 모든 실제 과정 |
⑥ 가역 과정은 흩어짐이 전혀 없는 이론적 최선(이상적 극한)이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절 카르노 기관(22.4)은 바로 이 가역 과정만으로 작동하는 가상의 기관으로, 주어진 두 온도 사이에서 가능한 최대 효율을 줍니다 — 어떤 실제(비가역) 기관도 이를 넘을 수 없습니다.
한편 과정이 얼마나 비가역적인지를 정량화하는 양이 엔트로피(22.6)입니다. 가역 과정에서는 우주의 엔트로피가 변하지 않지만, 모든 비가역 과정에서는 우주의 엔트로피가 증가합니다 ($\Delta S_{\text{우주}} > 0$). 이것이 자연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열역학 제2법칙의 엔트로피 표현이며, 22.6~22.7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22.4 카르노 기관
1824년 프랑스의 공학자 사디 카르노(Sadi Carnot)는, 두 열원 사이에서 카르노 순환(Carnot cycle)이라는 이상적·가역적(reversible) 순환으로 작동하는 열기관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대 효율을 가진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즉 카르노 기관은 고온 열원에서 받은 에너지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의 알짜일을 얻어냅니다. 22.1에서 던진 물음 — "열효율의 구체적인 상한값은 얼마인가?" — 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같은 두 열원 사이에서 작동하는 어떤 실제 열기관도 그 두 열원 사이의 카르노 기관보다 더 효율적일 수 없다. 또한 두 열원 사이에서 작동하는 모든 카르노(가역) 기관은 효율이 서로 같다.
기호로 쓰면, 고온 $T_h$ · 저온 $T_c$ 사이의 실제 기관 효율 $e$ 와 카르노 효율 $e_C$ 사이에는 항상 $$e \;\le\; e_C$$ 가 성립하며, 등호는 그 기관 자체가 가역일 때에만 성립합니다.
② 카르노 정리는 귀류법(reductio ad absurdum)으로 증명됩니다. "카르노 기관보다 더 효율적인 기관이 있다"고 가정한 뒤, 그 가정이 22.2의 클라우지우스 표현(열역학 제2법칙)과 정면으로 모순됨을 보이는 방식입니다.
두 장치를 준비합니다. 하나는 두 열원 사이의 카르노 기관(효율 $e_C$)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두 열원 사이에서 작동한다고 가정한 '더 효율적인' 기관(효율 $e$)입니다. 귀류법의 출발점으로 $e > e_C$ 라고 가정합니다.
이제 '더 효율적인' 기관을 정상 방향으로 돌려 일 $W$ 를 뽑고, 그 일 $W$ 를 전부 카르노 기관을 거꾸로 돌린 냉장고(카르노 냉장고)를 구동하는 데 씁니다(카르노 순환은 가역이므로 방향을 뒤집어 냉장고로 쓸 수 있습니다). 두 장치를 하나로 묶어 결합 기관(combined device)이라 부릅시다.
'더 효율적인' 기관이 내놓는 일 $W$ 가 남김없이 냉장고를 구동하는 데만 쓰이므로, 결합 기관은 주변(외부)과 알짜 일을 주고받지 않습니다 — 즉 결합 기관 전체로 보면 $W_{\text{net}} = 0$ 입니다. 따라서 결합 기관이 외부와 하는 유일한 상호작용은 두 열원과의 열 교환뿐입니다. 이 점이 증명의 심장부입니다.
같은 일 $W$ 를 놓고 두 장치의 흡열량을 비교합니다. '더 효율적인' 기관은 $W = e\,|Q_h|$ 이므로 고온에서 $|Q_h| = W/e$ 만큼만 뽑습니다. 한편 카르노 기관이 정방향으로 같은 $W$ 를 내려면 $W = e_C\,|Q_h|^{C}$, 즉 $|Q_h|^{C} = W/e_C$ 만큼 흡수해야 하며, 이를 거꾸로 돌린 카르노 냉장고는 고온으로 정확히 $|Q_h|^{C}$ 를 퍼올립니다. 가정 $e > e_C$ 에 의해 $$|Q_h| \;=\; \frac{W}{e} \;<\; \frac{W}{e_C} \;=\; |Q_h|^{C}.$$
그러면 고온 열원의 순수지는, 냉장고가 퍼올려 준 $|Q_h|^{C}$ 에서 '더 효율적인' 기관이 뽑아 간 $|Q_h|$ 를 뺀 $$|Q_h|^{C} - |Q_h| \;=\; \frac{W}{e_C} - \frac{W}{e} \;>\; 0$$ 로 양(+)입니다. 즉 고온 열원은 열을 순수하게 얻습니다. 결합 기관 전체는 알짜 일도 하지 않고 내부에너지 변화도 없으므로($\Delta U_{\text{cycle}}=0$), 에너지 보존에 의해 저온 열원에서는 같은 양의 열이 빠져나갑니다.
결합 기관은 외부에서 아무런 일도 공급받지 않은 채, 오직 저온 열원 → 고온 열원으로 열을 옮기기만 하고 다른 변화는 전혀 남기지 않습니다. 이는 22.2의 클라우지우스 표현(열역학 제2법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따라서 처음의 가정 $e > e_C$ 가 틀렸고, 결국 $$\boxed{\,e \;\le\; e_C\,}$$ 이어야 합니다. 어떤 실제 기관도 카르노 기관보다 더 효율적일 수 없습니다. $\blacksquare$
같은 논증을 두 개의 서로 다른 카르노(가역) 기관에 각각 적용하면 $e_1 \le e_2$ 와 $e_2 \le e_1$ 이 동시에 나오므로 $e_1 = e_2$, 즉 모든 카르노 기관의 효율은 같다는 정리의 둘째 부분도 따라 나옵니다.
많은 교재는 "카르노보다 효율 높은 기관은 없다"(카르노 정리)를 이미 성립하는 사실로 전제합니다. 그 틀에서는 $e > e_C$ 가 곧바로 그 전제와 충돌하므로, 별다른 장치 없이 그 자체로 모순입니다 — '가역' 같은 말은 나올 필요도 없습니다.
이 절의 증명은 한 단계 더 내려가, 카르노 정리를 given으로 두지 않고 제2법칙(클라우지우스 표현)에서 직접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앞의 [그림 D]처럼 결합 기관을 실제로 조립해 — $e > e_C$ 가정에서 출발해 — "외부 일 없이 저온→고온 열 이동"이라는 진짜 모순을 만들어 보인 것입니다.
그 조립의 핵심 단계가 "카르노 기관을 거꾸로 돌려 냉장고로 쓴다"인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카르노 순환이 가역이기 때문입니다. 카르노 순환이 왜 가역인지는 바로 다음 ③(카르노 순환 4단계)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즉 '가역'은 처음부터 깔아 둔 전제가 아니라, 정리를 증명하려다 보니 필요해지는 카르노의 성질이에요.
(같은 논법을 서로 다른 두 카르노 기관에 각각 적용하면 $e_1 \le e_2$ 와 $e_2 \le e_1$ 이 동시에 나오므로, 정리의 둘째 부분인 "모든 카르노 기관의 효율은 서로 같다"도 따라 나옵니다.)
③ 이제 카르노 기관이 실제로 밟는 순환 — 카르노 순환을 봅시다. 작동 물질을 이상기체로 놓으면, 순환은 두 개의 등온 과정과 두 개의 단열 과정이 번갈아 이어진 네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모든 과정은 준정적·가역으로 진행됩니다.
- A → B 등온 팽창($T_h$) — 기체가 고온 열원과 접촉한 채 천천히 팽창합니다. 고온 열원에서 열 $|Q_h|$ 를 흡수하고, 그만큼 기체가 외부에 일을 합니다(온도 일정 → $\Delta U = 0$).
- B → C 단열 팽창 — 열원에서 분리한 뒤 계속 팽창시킵니다. 열 출입이 없으므로($Q=0$) 기체는 자기 내부에너지를 소모해 일을 하고, 온도가 $T_h \to T_c$ 로 내려갑니다.
- C → D 등온 압축($T_c$) — 기체를 저온 열원과 접촉시킨 채 천천히 압축합니다. 외부가 기체에 일을 해 주고, 그만큼의 열 $|Q_c|$ 를 저온 열원으로 방출합니다.
- D → A 단열 압축 — 다시 열원에서 분리한 뒤 압축을 마무리합니다. 열 출입이 없고, 외부가 한 일이 내부에너지로 쌓여 온도가 $T_c \to T_h$ 로 올라가 처음 상태 A로 되돌아옵니다.
한 바퀴를 돌면 기체는 처음 상태로 복귀하므로 $\Delta U_{\text{cycle}} = 0$ 이고, 알짜일은 $W_{\text{eng}} = |Q_h| - |Q_c|$ — 아래 $PV$ 다이어그램에서 닫힌 고리가 둘러싼 넓이가 곧 이 알짜일입니다.
④ 카르노 순환의 놀라운 점은, 저온·고온으로 주고받은 열의 비가 오직 두 열원의 절대온도 비로만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등온 과정의 열은 부피비의 로그에 비례하는데, 두 단열 과정이 그 부피비를 서로 상쇄시켜 온도비만 남기기 때문입니다(아래 유도 참조).
유도 — 왜 부피비가 상쇄되어 온도비만 남는가 (펼쳐 보기)
이상기체의 두 등온 과정에서 주고받은 열(=그 구간의 일)은
$$|Q_h| = nRT_h \ln\!\frac{V_B}{V_A},\qquad |Q_c| = nRT_c \ln\!\frac{V_C}{V_D}.$$두 단열 과정에는 $TV^{\gamma-1}=\text{일정}$ 이 성립하므로
$$T_h V_B^{\gamma-1} = T_c V_C^{\gamma-1},\qquad T_h V_A^{\gamma-1} = T_c V_D^{\gamma-1}.$$두 식을 나누면 $\dfrac{V_B}{V_A} = \dfrac{V_C}{V_D}$ 이므로 두 로그가 같아지고, 결국
$$\frac{|Q_c|}{|Q_h|} = \frac{T_c \ln(V_C/V_D)}{T_h \ln(V_B/V_A)} = \frac{T_c}{T_h}.$$이 결과를 22.1의 열효율 정의 $e = 1 - |Q_c|/|Q_h|$ 에 대입하면, 카르노 기관의 효율 — 카르노 효율 $e_C$ — 를 얻습니다.
두 열원(고온 $T_h$, 저온 $T_c$) 사이에서 가능한 최대 열효율은
온도는 반드시 켈빈(K)이어야 합니다. 섭씨를 넣으면 값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효율이 $e_C = 1$(즉 $100\%$)이 되려면 $T_c \to 0\,\text{K}$ 이거나 $T_h \to \infty$ 여야 하는데, 둘 다 실현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효율 100%의 열기관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 이것이 카르노 효율의 형태로 다시 확인되는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T_h = 500\,\text{K}$, $T_c = 300\,\text{K}$ 사이에서 작동하는 카르노 기관의 효율은 $$e_C = 1 - \frac{300}{500} = 0.40 \;=\; 40\%.$$ 이 두 열원 사이의 어떤 실제 기관도 40%를 넘을 수 없으며, 마찰·유한 온도차 등 비가역 요인 때문에 실제 효율은 이보다 낮습니다.
카르노 순환을 거꾸로 돌리면 이상적인 열펌프·냉장고가 됩니다. 22.2의 COP 정의에 방금 얻은 $|Q_c|/|Q_h| = T_c/T_h$ 를 넣으면, COP도 오직 두 열원의 절대온도만으로 정해집니다 — 이것이 22.2에서 예고한 "COP의 상한을 온도가 정한다"의 정체입니다.
(열펌프에서 $W = |Q_h| - |Q_c|$ 이므로 위처럼 정리됩니다.) 두 식 모두 도달 가능한 최대(상한)이며, 실제 기기는 이보다 낮습니다. 분모가 온도 차 $T_h - T_c$ 이므로, 온도 차가 작을수록 COP가 크고, 벌어질수록 COP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실내를 $T_h = 293\,\text{K}$(약 $20\,°\text{C}$)로 데운다고 하면, 난방 COP의 상한은 바깥이 $-4\,°\text{C}=269\,\text{K}$ 일 때 $\dfrac{293}{293-269} = \dfrac{293}{24} \approx 12$, 바깥이 $-9\,°\text{C}=264\,\text{K}$ 일 때 $\dfrac{293}{293-264} = \dfrac{293}{29} \approx 10$ 으로 온도 차가 커질수록 낮아집니다. 실제 열펌프의 COP(22.2에서 $-4\,°\text{C}$ 근처 $\sim\!4$, $-9\,°\text{C}$ 이하에서 $<1$)는 마찰·유한 온도차 등 비가역 손실 때문에 이 상한보다 훨씬 낮지만, "온도 차가 벌어질수록 COP가 떨어진다"는 경향 자체는 바로 이 카르노 상한이 정합니다.
- 카르노 효율은 도달 불가능한 상한(이상적 극한)입니다. 가역이려면 무한히 느리게 작동해야 하므로, 정확한 카르노 기관의 출력(단위 시간당 일)은 0에 수렴합니다 — 효율은 최고지만 실용 동력은 얻지 못합니다.
- 그럼에도 카르노 효율은 실제 기관 설계의 기준선(benchmark)입니다. "이 온도 조건에서 원리적으로 가능한 최선"이 얼마인지를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 두 열원의 온도 차가 클수록($T_c/T_h$ 가 작을수록) 효율 상한 $e_C$ 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실제 기관은 고온부를 되도록 뜨겁게, 저온부를 되도록 차갑게 만들려 합니다.
이렇게 카르노 기관은 "가역 순환이 주는 이론적 최대 효율"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자동차 엔진은 어떤 순환으로 작동하며, 그 효율은 카르노 상한에 비해 어디쯤일까요? 다음 22.5절에서 가솔린 기관(오토 순환)과 디젤 기관(디젤 순환)의 $PV$ 다이어그램과 효율을 살펴봅니다.
22.5 가솔린 기관과 디젤 기관
(작성 예정) — 오토(Otto) 순환 · 디젤(Diesel) 순환 · PV 다이어그램과 효율.
22.6 엔트로피
(작성 예정) — 엔트로피의 정의 $dS = dQ_r/T$ · 상태 함수로서의 엔트로피 · 미시적(통계적) 해석.
22.7 비가역 과정에서의 엔트로피 변화
(작성 예정) — 고립계에서 $\Delta S \ge 0$ · 비가역 과정의 엔트로피 증가 · 열역학 제2법칙의 엔트로피 표현.